스승의 날을 맞아 오랜만에 율전동을 방문했다.
약 1년 4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건데도 율전동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내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아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힘든 시절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오묘한 기분도 함께 들었다.
그래서일까.
대학원 시절 후배들과 교수님을 보는 게 썩 편한 기분은 아니었다.
내 스스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이미 서먹한 관계로 자리 잡히기도 해서.
지금은 처음 보는 분들마다 내가 ESFJ인 걸 맞추실 정도로
나라는 사람은 원래 사람 사귀길 좋아하고, 어울리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은 내가 어떤 모양이든
사방에서 프레스로 꾹- 찍어 정사각형이 되는 기분이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다.
연구 스트레스로 내 앞가림을 하기 바빴고, 주변을 돌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연구적으론 성과를 냈을지 몰라도,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어주진 못했었다.
덕분에 후배들에게 나는 그저 선배1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본래(?) 모습을 되찾은 내가 봐도 후배들과 나는 친하지 않고, 서로가 어려워한다 ㅋㅋ;;
물론 스승의 날 행사는 후배들과 하하호호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저 그 친구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함께 들었을 뿐.
훗날 더 어른이 된 내가 지금을 되돌아보면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관계가 이미 떠나버린 배와 같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이제와서라도 바로 잡는 건, 일방적인 내 욕심이자 이기심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후회할 거라면 그때 더 잘했어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
애당초 미안함을 들되, 이게 후회 같은 감정은 또 아니라서;;
그래서 내가 회사에 입사한 시기 이후로 친해진 분들께 신경을 쓰는 건,
다시는 대학원 때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다.
어찌 됐든 나와 동기들이 석사 과정을 할 적,
지도 교수님 역시 새 학교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동분서주로 종종 날이 서 계셨다.
그때 이후로 2년이 지났고, 교수님은 본래의 능력을 증명하시며 자리를 공고히 다지신 상태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뵌 교수님의 얼굴은 웃음꽃이 활짝 펴 계셨고, 그만큼 많이 여유로워 보이셨다.
다행이다.
힘든 시절의 기억은 뒤로하고, 한 명의 졸업한 제자로 교수님을 찾아뵐 수 있게 돼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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